암호화폐

'비트코인 0원 된다?!' 비트코인 종말론의 진실 ①

깅까롱 2022. 12. 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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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편

[1] 비트코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2] 비트코인의 발명

[3]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4] '비트코인의 가치는 0에 수렴할 것이다'

2편

[5] 비트코인과 '돈'

[6] 비트코인을 사는 사람들

[7] 비트코인은 사라지지 않을까?

 

'세계는 2005년에 종말 할 것이다'

2004년 어느 날, 종말론 서적을 접했다. 수능을 앞두고 서였다.

저자는 히브리어로 된 성경을 패턴대로 분석해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 계시들을 뽑아냈고 2005년에 지구가 종말 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패턴은 이런 식이었다. 히브리어 알파벳을 몇 개씩 끊어서 단어들을 뽑아내는 것이다. 'abcdefg'라는 단어가 있으면 3번째 단어만 뽑아서 'adg'라는 새로운 단어를 찾아내는 식이다. 이런 방법으로 계시를 찾았는데 결론은 2005년 종말이었다!

그 핑계로 공부를 아예 안 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계기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2005년에 수능을 한 번 더 치러야 했으므로...

돌이켜 보면 종말론은 인간의 역사와 항상 함께해왔는데, 나는 왜 2005년의 종말론에만 꽂혔던 걸까?

사실 나는 그 당시 종말론이라는 것을 처음 접했더랬다. 나에게 종말론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뿐이었다. 세상은 종말 하지 않았다.

재수없게도 2005년에 지구는 멸망했다고 한다 ㅠㅠ

 


[1] 비트코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책에서 '미래는 어떨까?'라는 주제로 그려진 삽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봤던 그림들은 당연히 더 나은 미래가 온다는 전제 하에 그려진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덕분에 기억에 남았던 그림들은 대부분 기상천외한 그림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비슷하지만 다른 모양으로 현실화된 것도 여럿 있었다. 가장 충격이었던 것은 스마트폰이었다.

당장 2008년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살아야 하고, 그보다 더 전인 1990년대로 가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더 앞으로 가면 휴대폰이 사라질 것이고, 더 옛날로 갈수록 많은 것들이 사라질 것이다.

역사적으로 '세상을 바꾼 것'은 '예전엔 없던 것'이 대다수였다. 바퀴, 전구, 전화기, 자동차, 비행기, 증기기관, 컨베이어 벨트, 컴퓨터, 스마트폰 등등 아직까지 쓰이는 것들도 굉장히 여러 가지다. 비트코인도 예전에 없던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과연 비트코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현재가 과거가 되고, 미래가 현재가 되는 지금, 비트코인은 과연 세상을 바꾼 역사적 발명품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아니면 한 번 뜨고 사라진 유행가처럼 기억 속 어딘가에 버려지게 될까?

 

인류의 구원자. 에어컨을 발명한 윌리스 캐리어 (1876~1950)

 


 

[2] 비트코인의 발명

비트코인이 어느 날 갑자기 뿅! 하고 나타났느냐 하면, 물론 아니다. 비트코인 이전에도 전자화폐(digital cash)를 만들기 위한 시도가 여러 번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1년 데이비드 차움(David Chaum)이라는 미국 암호전문가가 <추적할 수 없는 전자메일, 반송 주소 및 디지털 가명(Untraceable electronic mail, return addresses, and digital pseudonyms)>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서 발표한 기술은 오늘날 비트코인에 활용되었으며, 차움은 그 프로토콜을 발전시켜 1989년 'Digicash'라는 전자화폐를 만들었다.

 

데이비드 차움의 논문 <추적할 수 없는 전자메일, 반송 주소 및 디지털 가명>

 

그로부터 약 20여 년 후 1998년, 웨이 다이(Wei Dai)는 <B-Money 익명의, 분산된 전자 캐시 시스템(B-Money Anonymous, Distributed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암호학 커뮤니티에 파장을 일으켰다. B-Money는 정부와 같은 중앙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익명 분산 전자 현금 시스템'의 개념으로 비트코인 논문에도 인용돼 있다.

B-money 이후에도 Bit Gold나 HashCash 같은 전자화폐가 있었다. 전자화폐가 처음 만들어진 것이 1981년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2009년 비트코인이 탄생하기까지 거의 30년의 시간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비트코인은 수많은 연구에 의해 발명된 것이라는 얘기다.

코리안 트래디셔널 비트코인 - 싸이월드 도토리

 

비트코인은 사기라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전자화폐 연구의 역사를 살펴보면 단순히 사기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물며 그들의 연구 목적이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사기가 아니라면 판단은 조심스러워야만 한다.

종종 패러다임은 더 진보된 패러다임으로 대체된다. 비트코인이 패러다임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더 진보된 다른 어떤 것이 나온다고 해도 역시나 비트코인이 사기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이를 두고 패러다임의 전환(부분적 전환 포함) 또는 쇠퇴라고 한다.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오리의 머리인가? 토끼의 머리인가?

 


[3]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블록체인이란 말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이 탄생한 이후 10년간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못지않게 유명해졌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의 근원이 되는 기술이다. '분산원장(分散元帳, distributed ledger)' 기술이라고도 한다.

쉽게 말해 거래내역을 기록한 장부를 다수의 사람들에게 분산하여 저장, 관리하는 기술이다. 덕분에 블록체인을 사용하면 모든 사용자들이 서로에 대한 신뢰 없이도 합의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블록체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기술동향브리프 2018-01호>에서 발췌한 이미지

 

구체적으로는 다수의 온라인 거래 기록을 묶어 하나의 데이터 블록(block)을 구성하고 이전 블록과 이후 블록을 체인(chain)처럼 연결한 뒤, 이 정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전 세계 여러 참여자의 컴퓨터에 복사하여 분산 저장/관리하는 기술이다. 비트코인을 거래하면 거래한 기록이 전 세계의 컴퓨터에 저장되는 것이다.

블록체인을 처음 만든 것은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가명을 쓰는 사람이었다. 그는 2008년 10월 31일 <비트코인 : 개인 대 개인의 전자화폐 시스템(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논문을 작성해서 암호학계 관련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메일링 리스트로 전송했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논문 <비트코인 : 개인 대 개인의 전자화폐 시스템>

 

이듬해인 2009년 1월 3일 사토시 나카모토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을 개발해 최초의 블록을 생성한 뒤 소스 코드를 무료 오픈소스 방식으로 배포했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시작이었다.

비트코인을 빼놓고 블록체인만 이용할 수 있냐고 한다면, 물론 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암호화폐뿐만 아니라 스마트 계약, 물류관리, 문서관리, 의료정보관리, 저작권 관리, 소셜미디어 관리, 게임 아이템 관리, 전자투표, 신원확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블록체인을 사용하면 기록된 데이터의 위변조가 거의 불가능해 누구나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하며, 탈중앙화 방식의 시스템 운영이 가능하다.

다만 문제점도 있다. 처리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점이다. 하나의 거래가 발생하면 즉시 처리하지 못하고 다수의 거래내역이 모여 하나의 블록을 구성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결제수단으로써 사용하기에는 꽤 많은 불편함이 따른다.

 

이....ㄹ....다...ㄴ......기...ㄷ ㅏ...ㄹ ㅣ...ㅅ ㅔ....요오오........

 

또한 블록에 담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돼 있어 확장성 문제가 생긴다. 많은 사용자가 참여할수록 이 같은 확장성이 문제가 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마련되고 있기는 하다.

블록체인은 개방형인 퍼블릭 블록체인과 폐쇄형인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나뉜다. 비트코인은 퍼블릭 블록체인이다. 퍼블릭 블록체인에는 누구든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반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참여자가 정해져 있다.

 

<삼성반도체이야기>에서 발췌한 이미지

 

 

통상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기업을 위한 블록체인이라고도 한다. 이를 활용하면 중앙 서버가 없어도 장부를 관리할 수 있어 서버 관리비용이 절감된다. 굳이 암호화폐를 떡밥(?)으로 던지지 않아도 기술만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강점이다.

그런데 이렇게 보면 마치 비트코인은 버리고 블록체인만 써도 될 것처럼 보인다. 굳이 비트코인이 아니더라도 다른 암호화폐 없이 블록체인만 발전시켜서 다양한 산업에 사용하면 될 것 같아 보인다. 과연 그럴까?

굳이 비트코인을 쓸 필요가 있을까?

 


 

[4] '비트코인의 가치는 0에 수렴할 것이다'

한 때 '비트코인은 버리고 블록체인만 살리자'는 주장이 있었다. 비트코인이 인간의 강한 투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어떤 정치인은 "암호화폐는 인간 어리석음을 이용해 돈을 뺏는 것"이라고도 했다.

비트코인을 돈놀이의 수단으로만 이해하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하지만 '베팅'의 관점에서 보자면 포커나 화투, 경마, 스포츠 경기뿐만 아니라 주식시장 자체도 그렇고, 마진, 선물, 인버스도 접근하기에 따라 도박이나 투기가 될 수 있다.

 

21.3.9 MBC 뉴스 리포트 <'주식 중독' 호소하는 동학개미... 상담 급증 > &nbsp;화면에서 발췌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그의 저서에서 투기나 투자는 규모의 문제라고 했다. 예를 들어 자본이 100억인 사람이 고위험 자산에 1억을 베팅한다면 건전한 투자가 된다. 반면, 자본이 1억인 사람이 저위험 자산에 1억 모두를 베팅한다면 그것은 투기가 된다는 것이다. 투자 규모에 따라 자산의 위험도는 희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가치투자자라면 투자에 앞서 매입하고자 하는 자산의 현재/미래가치와 가격을 면밀히 분석해야만 한다. 가격은 곧 미래가치에 수렴하기 때문에, 현재가치와 비교해 가격이 낮은지 높은지에 따라 저평가/고평가를 나누고 매입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2013년 당시 비트코인의 '가격' 현황. 가치와 가격을 혼동하면 안된다.

 

원래 비트코인은 화폐로 사용될 요량으로 고안되었기 때문에 목적 그 자체로 쓰이지 못한다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도 문제는 없다. 다만, 비트코인이 은행 등의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신용 화폐'로 쓰이고자 고안되었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비트코인은 제 3자의 신뢰기관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비신용 화폐'로 고안됐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을 화폐처럼 쓰는 사람들이 있을까? 2010년 5월,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샀다는 의미에서 피자데이로 기념하는 '피자데이'가 최초의 결제 사례다. 이외에도 여러 사례들로 소개될 정도로 극소수지만 없지는 않다.

 

 

비트코인을 화폐로 쓸 수 없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신용 화폐로 쓰이기 위해서는 안정성이 필수인데, 비트코인의 가격은 안정적이지 않으므로 통용되기에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최근에는 대체자산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금(신용 화폐)의 가치가 서서히 하락하는데 대한 헷징의 수단으로 금처럼 비트코인을 구입하는 것이다.

이들이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여기는 이유는 공급적인 측면에서다. 매장량이 정해져 있는 금처럼 비트코인도 발행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화폐처럼 무한정 발행할 수 없고 대략 4년 주기로 돌아오는 반감기가 있어 공급량이 감소되고 있으므로 희소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도대체 왜 비트코인을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리고 왜 블록체인 대신 비트코인에 투자하는걸까?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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